제프베조스, 변화무쌍한 천재경영자

Global Leadership|③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이코노믹리뷰 2006-04-06 03:45] (영화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헤리 코닉 주니어가 출연했고,나머지 배우들은 제가 영화에 문외한인 탓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당시 지역사회를 깜짝 놀라게 하던 천재 소년이 등장하는 데, 이 소년은 천재성을 인정받아 한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센터에서 다른 천재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지요.

미국이란 나라는 얼마나 넓습니까. 이 소년은 자신을 압도하는 다른 천재들을 지켜보며 좌절하고, 결국 이 센터에서 탈락하고 마는 뭐 그런 스토리였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당시 이 영화가 제프 베조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프 베조스로 어릴 때 살던 동네를 떠들석하게 만들 정도로 천재 소년이었다고 하죠.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베조스의 리더십을
한번 분석해보죠)

온라인의 월마트 꿈꾸는
변화무쌍한 천재 경영자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들에게 마치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나,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젊은 아버지를 유난히 따르던 야윈 몸집의 천재 소년. 자신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주던 그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불과 10세 때의 일이었다. 가족들은 담담하게 그에게 이를 알려주었다. 이민자 출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결혼할 무렵, 17세이던 그녀는 이미 그를 임신하고 있었다.

친아버지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손자에 대한 연민의 정이 유독 깊어서였을까. 미 정부기관인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Atomic Energy Commision)에서 고위 공직자로 근무하던 외할아버지는 유독 그를 사랑했다. 할아버지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과학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과시한 아들을, 부모는 텍사스(Texas) 지역의 과학 영재 학교(Miami Palmetto Science School)에 보냈다. 당시, 이 소년의 놀라운 능력을 상세히 분석한 책(Turning on Bright Minds)까지 발매됐을 정도이니 그는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였던 셈이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을 꿈꾸던 이 소년이 바로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Amazon)’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브라질의 아마존 강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지은 이 회사의 지난 2004년 실적은 눈부셨다. 69억달러 매출에 5억8800만달러 순이익을 올렸다.

회사 가치만 해도 무려 180억달러(올 1월말 기준)다. 지난 2003년 아마존은 처음으로 연간 기준 순이익을 냈으며, 이후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 규모도 오프라인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을 압도하며 닷컴 종말론을 예고하던 세간의 예측을 비웃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 매출 규모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아마존은 더 이상 책만 파는 온라인 서점이 아니다. 티파니의 보석 상품에서 모토롤라의 레이저(Razr) 휴대폰, 그리고 구치 명품 가방까지, 여러 영역을 활발히 파고들며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는 물론 오프라인의 절대강자인 월마트를 위협하는 공룡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블루 오리진’을 통해 어린 시절의 꿈인 우주 여행을 추진하고 나서며 화제를 불러모은 베조스는 2003, 2004년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개인 재산만 아프가니스탄의 연간 국내 총생산을 웃도는 45억달러.

하지만 베조스의 리더십은 다른 경영자들에 비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다. 대중적인 이미지가 그의 이해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독특한 웃음소리로 외부에 괴짜 경영자로 더 많이 알려져 온 베조스 리더십의 특징은 합리성·치밀함, 그리고 융통성 등으로 요약된다.

“매사에 고집을 피우는 한편 때로는 융통성도 발휘해야 한다. 언제 어느 쪽을 선택할 지가 관건일 뿐이다. ” 베조스의 말이다. 그는 원칙을 고수하되, 이에 얽매여 더 큰 이익을 방기하는 경영자는 아니다. 지난 2003년 대외 광고 중단 선언은 그의 지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광고 중단 결정, 시장에 충격파
세스 고딘이 아마존 사례 다뤄

《보랏빛 소가 간다》. 지난 2003년. 세계적인 경영학자 세스 고딘(Seth Gordin)이 발표한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그는 이 저서에서 광고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는데, 당시 그에게 영향을 준 기업이 바로 베조스가 이끌고 있는 아마존(Amazon)이었다.

고딘에게 영감을 준 것은, 같은 해 베조스의 ‘광고 중단 선언’이었다. 광고비를 대폭 줄이고, 이를 제품 배송 비용을 줄이는 데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브랜드 가치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닷컴 기업의 광고 중단 선언은 미디어 기업은 물론 학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을 묶어두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식이었다. 이베이가 지난 1998년 거액을 들여 전문 경영인인 맥 휘트먼(Meg Whitman)을 전격 영입한 것도,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갬블, 장난감 기업인 하스브로스 등을 거친 그녀의 브랜드 관리 능력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구글에서 검색을, 이베이에서 온라인 경매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베조스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광고 집행을 과감히 중단한 배경은, 그의 의사결정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료에 입각해 모든 것을 측정하고, 판단이나 본능을 철저히 배격한다는 것.

평소 광고의 효용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던 그는, 미국의 두 도시를 지정해 일정 기간 광고를 집행한 반면, 나머지 도시에서는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그리고 나서 매출을 서로 비교했는데, 결과는 명확했다.

브랜드 가치 하락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배송 비용 인하는 고객 로열티를 높여 장기적으로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베조스를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합리성이다. ‘측정할 수 있는가’. 그가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오는 팀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과학 영재 스쿨에 다닌 그는, 의사 결정시 수치를 중시한다. 그리고 항상 꼼꼼하고 치밀한 접근으로 지속적으로 비교 우위를 창출해 왔다. 아마존이 인터넷 도서 시장의 후발 주자였지만, 단기간에 놀라운 성공을 거둔 배경이기도 하다.

우수한 인력에 대한 편집광적인 집착도 그를 이해하는 또 다른 코드다. 피 면접자의 논리상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크라테스식 질의응답 방법은 그의 전매특허다. 베조스는 화이트보드에 차트를 그려놓고 후보자들의 강점과 약점을 면밀하게 비교했으며, 후보자의 자격요건이나 능력에 대한 단 한 가지의 의문이라도 남아 있을 경우 결코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다른 면접관들은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라는 그의 등쌀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특히 직원을 선발할 때마다 채용 기준을 한 단계씩 더 높여 나갔는 데, 물론 전체 인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직원들의 능력을 판별하는 잣대도 독특했다.

애플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다 아마존으로 옮겨온 쉘카판(Shel Kaphan)이 대표적인 사례. 회사를 열두 번이나 옮겼으며, 매사에 불평불만이 많던 그를 베조스는 첫 번째 직원으로 선발했다. 컴퓨터 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창의력도 인재 선발의 주요 기준이었다. “창의적이지 못한 이들과 함께 보내기에 인생은 지나치게 짧다.” 아내를 구할 때조차 그는, 창의력이 풍부한 배우자를 원했다고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원칙에 얽매여 소탐대실하는 경영자는 아니다. 혁신을 중시했지만, 경쟁자의 기술을 재빨리 들여오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유명 테니스 스타와 자선 테니스 경기를 하고, 속없어 보이는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이면에는 이처럼 집요하고 끈질긴 면이 자리잡고 있다. 그가 반스앤노블의 역공, 헬기 사고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수차례 극복한 배경이기도 하다.

헬기사고에서 구사일생
지난 2003년 3월, 그는 헬리콥터 사고로 머리에 부상을 당했다. 베조스가 타고 있던 헬리콥터가 강풍에 휘말려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목장을 매입하기 위해 텍사스 외곽 지대의 후보지를 돌아보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생과 사를 오가는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 했던 그는 사고의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사고는 영화 속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진행됐습니다. 헬기가 추락하는 순간, 심오한 인생의 진리 따위가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이렇게 바보같이 죽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그는 회사로 곧 돌아왔는 데, 헬리콥터를 다시는 타지 않겠다는 게 복귀의 일성이었다.

지난 1997년 반스앤노블스의 역공도 위기감을 높였다. 아마존이 맹렬한 공세로 시장을 잠식하자, 이 공룡기업은 역으로 온라인 도서 판매사이트를 개설하며 반격에 나섰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포레스트 리서치(Forest Research)는 이 거대 오프라인 기업의 역공이 아마존 몰락의 서곡이 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주가는 100달러에서 6달러로 폭락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자들을 초청해 기업설명회를 여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며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베조스는 당시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아마존 주식을 구입해야 할 때가 아니지만, 조만간 주가상승과 더불어 실적향상을 이뤄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불과 3 년뒤 그는 사상 최초로 연간 수익을 내면서 이를 입증해냈다.

그의 뛰어난 상황대처 능력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지만, 베조스에게도 최근 경영환경의 빠른 변화는 상당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업체, 그리고 온라인과 온라인 업체간의 맞대결이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저가 할인매장인 월마트는 이제 아마존이나, 이베이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의 입지를 위협할 더 강력한 적은 오프라인 기업인 월마트나 시어스 백화점이 아니라 구글이나 이베이, 그리고 야후를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활발한 인수 합병을 통해 상대방의 강점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온라인 세상의 패권을 꿈꾸고 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베조스는 자신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우선 가장 강력한 적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해야 하는 지상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베조스가 밝히는 나의 경영철학

▷ 인사가 만사…채용을 신중히 하라

▷원칙을 지키되 융통성도 발휘하라

▷ 쉬운 돈벌이 방안이 항상 선은 아니다

▷ 의사결정시 직감보다 데이터를 중시하라

작은 사항들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라


온라인 서점 창업 배경은

“헤지펀드서 온라인서점 성공예감”

첫 출발부터 범상치 않았다. 프린스턴대 졸업반이던 그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앤더슨컨설팅 인텔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채용을 제안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신생 기업인 피텔에 입사했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 출신들이 세운 벤처 회사였는데, 시스템 구축이 그의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인 뱅커스 트러스트로 이직했다. 안정적인 직장보다 자신의 꿈을 펼칠 곳을 찾던 그는 이곳에서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가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곳은 세 번째 직장인 헤지펀드 ‘디이 쇼(DE Shaw)’에서였다. 창업자 데이비드 쇼(David Shaw)는 예술적인 재능과 더불어 직관력, 그리고 분석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고, 제프 베조스와 호흡이 잘 맞았다. 고객사를 상대로 금융부문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게 그의 담당업무였다.

그는 이 곳에서 승승장구하며 불과 입사 1년여 만에 수석 부사장의 자리에 오른다. 당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인터넷 분야에서 유망 사업을 찾는 중책을 맡은 베조스가 데이비드 쇼에게 제시한 신사업 아이템은 인터넷 도서 판매.

난상토론 끝에 얻은 결론이었지만 회사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아내와 더불어 창업 준비에 나선다. 프린스턴 대학의 동기생들을 비롯한 15명의 투자자들에게 200만달러 가량 종잣돈을 확보했다. 회사 이름은 처음에는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로 지었지만, 곧 아마존으로 바꾼다.

홈페이지는 고객들이 매장을 직접 방문할 때 느끼는 편리함을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도서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경보가 울리도록 해두었는 데, 사업시작 2~3달 만에 경보를 해제하지 않고서는 시끄러워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론 물리학자를 꿈꾸던 그가 진로를 바꾸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 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던 동급생 3명은 그의 좌절과 더불어 진로 변경을 불러왔다. 이들은 마치 뇌구조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고 그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천재소년으로 통하던 그에게는 최초의 지적 좌절이었던 셈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전쟁 결과는

“온라인 업체가 최후의 승자”

“오프라인 점포 중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편리함을 주거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업체들만이 살아남는다.”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의 예측이다. 백화점 노르드스톰과, 캐주얼 브랜드 갭이 대표적이다. 노르드스톰은 일대일 고객응대서비스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갭은 젊은이들의 취향을 매장 설계 등에 적극 반영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궁극적으로 쇼핑을 마치 흥미로운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 만들 수 있어야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명.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올해 2월호에서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 매장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장래에도 인터넷이 대세라는 베조스의 생각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베조스는 앞으로 온라인 기업들의 비교 우위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한다. 예컨대, 인터넷과 더불어 개인용 컴퓨터의 부팅 속도가 빨라지면 5분 길이의 작은 비디오 클립을 상품 설명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에서 가수나 작가, 저자 등이 자기의 음반이나, 도서 등을 직접 홍보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온라인 매장들의 강점인 정보 활용이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임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가 오프라인 서점이 경쟁상대는 아닐 것으로 관측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밖에 생필품 대부분도 앞으로 인터넷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온라인 매장들의 기동성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학자인 슈워르츠가 이끄는 GBN도 비슷한 예측을 하고 있다. 대형 밴 차량이 주택가를 항상 돌면서, 온라인에서 주문받은 생필품을 거의 실시간으로 배달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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