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2008-07-22 17:54:34, Hit : 1029, Vote : 0)
애국심, 이명박 정부 비판, 한국으로 돌아가기, 음주 포스팅
*****님이 올리신 포스팅 중에서 몇가지가 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주절주절 음주 포스팅 하나 올려봅니다. 다소 횡설수설일지도.
*****님의 글 중에서 제 마음을 건드린 건 애국자가 되고 싶다.. 한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라는 말이었습니다. 한국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 그런데 왜요? 왜 한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애국심의 한계
저는 한국을 사랑하고 있고, 한국인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한국인들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거기서 제가 교육받았고, 거기에서 제 아이덴티티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떠한 한도 안에서는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것은 자발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아이덴티티를 기독교인으로 생각하고 있고, 한국인으로의 아이덴티티보다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을 위해서 군복무를 할 수는 있지만 살인자가 될 수는 없고, 한국을 위해서 감옥에 갈 수는 있지만 한국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만일 제가 국적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저는 새로운 국적의 국가와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를 위해서 서비스할 것입니다. 이번에 쇠고기 협상하러 온 미국관료중 한 명은 인도 출생으로 미국 국적으로 바꾼 사람이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은 미국의 이득을 위해 봉사하고 미국 정부는 이 사람을 신임합니다. (곁말입니다만 그건 미국이 '원래' 가졌던 목표가 특정 민족의 이득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 합리성이 통하는 새로운 근대'사회'를 건설하자라는 것이었기 때문...)
한국사회에서 애국심과 민족주의
*****님이 말씀하시는 애국심이라는 건 사실 민족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서구사회에서는 우파가 민족주의를 좋아하고 좌파가 싫어하는 반면, 한국사회에서는 특이하게도 우파는 미국이나 일본의 이득을 위해 봉사하고 좌파가 오히려 민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우파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와 결부되어 세계대전과 히틀러라는 쓴 맛을 보았고, 따라서 민족주의는 부정적인 것이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제 치하를 거친 후에 친일 청산이 안되면서, 우파들은 제국주의에 외려 봉사하게 되었고, 일제에 항거해서 민족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은 좌파로 흘러가게 되었지요. 이게 이른바 빨갱이 문제 - 북한과 남한으로 나뉘면서, 한국에서 좌파는 파가 여럿(북한을 추종하는 파와 그렇지 않은 파)으로 나뉘고, 유럽이나 미국의 좌파와는 또 다른 성격을 띄게 되었지요.
한국사회에서 애국을 한다는 우파들은 몇가지 클리셰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한가지가 *****님이 쓰신 아빠엄마 레토릭입니다. "아빠가 사업하다가 빛을 지고 살던집이 차압당하고, 엄마는 가족 내몰라라하고 도박에 빠져살고..이런 아빠엄마를 신랄하게 까대는 자식들 같아 보여요. 아니 그래도 우리 아빠고, 엄마인데.." 이런 것이죠. 저는 이 레토릭을 보고 섬뜩했습니다. 이 레토릭은요 월간조선에서 1980년대 쯤인가에 만평으로 나온 그대로입니다. 아빠 (정치인)는 술퍼마시고, 엄마 (경제인)는 날품팔이하고, 자식(국민, 여기서는 노조)는 말썽부리고.. 그런 클리셰를 통해서 우파는 이런 사고를 국민들에게 주입해 넣었죠. 애국하고 싶으냐? 그러면 저임금을 참아라. 노동착취를 참아라. 그래서 경제발전을 이루면 그게 애국이다 라고. 그런데, 현재의 한국사회는 더이상 노동자가 "참아서" 이룰 수 있는 경제발전 단계가 아니랍니다. 경제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저임금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제에서는 효율이 중요하지 극기로는 한계에 부딪칩니다. 정치에 있어서도 예전과 민도가 다르고 정보의 전파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더이상 입을 다물고 극기하는 것으로는 정치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애국적 착취
*****님은 케네디의 이 말을 인용하셨단 말입니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근데요 *****님, *****님이나 저는 운이 좋아서 그럭저럭 해외 맛도 볼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에는 정말 많답니다. IMF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가정을 유지할 수 없어서 엄마는 엄마대로 몸팔러 가고, 아빠는 노숙자, 아이는 고아원으로 흩어진 집도 부지기수랍니다. IMF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트라우마로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가정에게 "나라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묻지 말고, 네가 나라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라"라고 묻는 것은, ㅅㅂ 욕나오는 이야기고, 세상 모르는 이야기고, ㅈ까는 이야기고, 대단히 기만적인 이야기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들이 진보한다는 것의 잣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풍요에 뭔가를 더 주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 가진 사람들에게 견딜만큼 마련해줄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는 것이다." 제가 애국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대한민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고,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가진 사람들에게 견딜만큼 마련해주기 위한 애국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님은 이명박 정부를 욕하는 게 누워서 침뱉기라고 하셨는데, 한 번 *****님이 북한의 엘리트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고 있는데, 북한정부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계속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애국일까요? 진정 북한의 애국자라면, 쓸데없는 배짱으로 북한 아이들을 굶겨죽이는 것보다 남한과 대화를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살림을 호전시키려는 관료가 애국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뭘 배우는 건, 오래되고 낡은 이야기지만, 다른 나라의 문물을 보고, 아 저렇게 사는 게, 저런 생활방식으로 사는 게 더 합리적인 거구나 라고 깨닫고 조국을 고치자는 목적도 있지 않습니까. 미국에 가보니 남녀가 평등하더라, 저런 관계가 더 편안하고 인간답더라 라는 것을 보고 배운 인도나 아랍이나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조국에 돌아가서 남녀평등한 사회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게 애국이지, 자기 나라의 치부를 감추려고 애쓰는 게 애국일까요.
애국적 귀국
저는 *****님이 지금 공부하고 있고 나중에 한국에서 일하고 국가를 위해서 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사실 섬찟했답니다. 홍정욱 생각이 나서요. 이번 쇠고기 사태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나라를 구한 건 송기호였지 하버드 졸업생 홍정욱이 아니었거든요. 한국에 들어와서 일한다고 그것이 애국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싱가폴 같은 나라는 외려 밖에 나가서 사업하라고 권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사실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일합니다. 이 사람들이 다 애국자일까요? 애국이라면, 내가 하는 일과 비교해서 등가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저가로 받아야 애국이겠지요? 이 사람들이 일하는 것과 (글로벌 스탠더드로) 비교해서 저가로 받습니까? 저가로 받는다면 이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옵니까? (물론, 저는 저임금을 감수하고 애국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네버 네버. )그게 아니고, 이 사람들은 한국에서 가장 economic rent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배운 걸로 한국에서 가장 떵떵 거리고 살 수 있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까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이런 경우 이 사람들의 한국행이 과연 애국이겠느냐 라는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뭐가 애국일까.
글쎄 저는 요즘 제이미 올리버가 새로 시작한다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제이미 올리버 같은 사람이 애국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은 영국 급식제도를 영국인들에게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세계인들에게까지 아동 급식의 문제점을 가르쳐줬지요. 요리사인데, 영국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애국이 아닐까요. 진부한 이야기지만, Think globally, act locally. 예전에 영국인이 쓴 수필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친구는 영국음식을 찬송하면서 영국인들의 식습관을 대륙(유럽)인들은 비웃지만, 이야말로 극기의 상징이다, 뭐 음식은 몸을 위한 연료일 뿐이고 그걸 잘 보여주는 게 영국음식이란 말을 합니다. 그 사람도 자기자신을 애국자라고 생각했겠지요?
예전에 모 대학에서 전단지 뿌리다 잡혀간 사람이 있는데 - 몇십년전 - 이 사람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진정한 세계시민이라든가. 술취했으니 코멘트도 잘 생각이 안나네요. 요새 전 미국에서 범퍼 스티커 보고 다니는데, 그런 글이 붙어 있더군요. 진정한 애국자는 its own government에게 항거하는 자다 뭐 이런.
그런데요, *****님, 한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 한국에 대해서 2002년 월드컵 빼고는 잘 모른다는 거 말이 안됩니다. 따끔하게 들리실 지 모르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최근의 시사에 대해서, 경제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좀 더 보세요. 그래야만 한국에 대해서 구체적인 애정이 생기고 자기가 뭘 할 수 있는가가 분명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게시판 - 메인 게시판
애국심, 이명박 정부 비판, 한국으로 돌아가기, 음주 포스팅
*****님이 올리신 포스팅 중에서 몇가지가 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주절주절 음주 포스팅 하나 올려봅니다. 다소 횡설수설일지도.
*****님의 글 중에서 제 마음을 건드린 건 애국자가 되고 싶다.. 한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라는 말이었습니다. 한국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 그런데 왜요? 왜 한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애국심의 한계
저는 한국을 사랑하고 있고, 한국인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한국인들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거기서 제가 교육받았고, 거기에서 제 아이덴티티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떠한 한도 안에서는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것은 자발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아이덴티티를 기독교인으로 생각하고 있고, 한국인으로의 아이덴티티보다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을 위해서 군복무를 할 수는 있지만 살인자가 될 수는 없고, 한국을 위해서 감옥에 갈 수는 있지만 한국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만일 제가 국적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저는 새로운 국적의 국가와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를 위해서 서비스할 것입니다. 이번에 쇠고기 협상하러 온 미국관료중 한 명은 인도 출생으로 미국 국적으로 바꾼 사람이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은 미국의 이득을 위해 봉사하고 미국 정부는 이 사람을 신임합니다. (곁말입니다만 그건 미국이 '원래' 가졌던 목표가 특정 민족의 이득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 합리성이 통하는 새로운 근대'사회'를 건설하자라는 것이었기 때문...)
한국사회에서 애국심과 민족주의
*****님이 말씀하시는 애국심이라는 건 사실 민족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서구사회에서는 우파가 민족주의를 좋아하고 좌파가 싫어하는 반면, 한국사회에서는 특이하게도 우파는 미국이나 일본의 이득을 위해 봉사하고 좌파가 오히려 민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우파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와 결부되어 세계대전과 히틀러라는 쓴 맛을 보았고, 따라서 민족주의는 부정적인 것이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제 치하를 거친 후에 친일 청산이 안되면서, 우파들은 제국주의에 외려 봉사하게 되었고, 일제에 항거해서 민족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은 좌파로 흘러가게 되었지요. 이게 이른바 빨갱이 문제 - 북한과 남한으로 나뉘면서, 한국에서 좌파는 파가 여럿(북한을 추종하는 파와 그렇지 않은 파)으로 나뉘고, 유럽이나 미국의 좌파와는 또 다른 성격을 띄게 되었지요.
한국사회에서 애국을 한다는 우파들은 몇가지 클리셰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한가지가 *****님이 쓰신 아빠엄마 레토릭입니다. "아빠가 사업하다가 빛을 지고 살던집이 차압당하고, 엄마는 가족 내몰라라하고 도박에 빠져살고..이런 아빠엄마를 신랄하게 까대는 자식들 같아 보여요. 아니 그래도 우리 아빠고, 엄마인데.." 이런 것이죠. 저는 이 레토릭을 보고 섬뜩했습니다. 이 레토릭은요 월간조선에서 1980년대 쯤인가에 만평으로 나온 그대로입니다. 아빠 (정치인)는 술퍼마시고, 엄마 (경제인)는 날품팔이하고, 자식(국민, 여기서는 노조)는 말썽부리고.. 그런 클리셰를 통해서 우파는 이런 사고를 국민들에게 주입해 넣었죠. 애국하고 싶으냐? 그러면 저임금을 참아라. 노동착취를 참아라. 그래서 경제발전을 이루면 그게 애국이다 라고. 그런데, 현재의 한국사회는 더이상 노동자가 "참아서" 이룰 수 있는 경제발전 단계가 아니랍니다. 경제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저임금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제에서는 효율이 중요하지 극기로는 한계에 부딪칩니다. 정치에 있어서도 예전과 민도가 다르고 정보의 전파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더이상 입을 다물고 극기하는 것으로는 정치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애국적 착취
*****님은 케네디의 이 말을 인용하셨단 말입니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근데요 *****님, *****님이나 저는 운이 좋아서 그럭저럭 해외 맛도 볼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에는 정말 많답니다. IMF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가정을 유지할 수 없어서 엄마는 엄마대로 몸팔러 가고, 아빠는 노숙자, 아이는 고아원으로 흩어진 집도 부지기수랍니다. IMF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트라우마로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가정에게 "나라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묻지 말고, 네가 나라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라"라고 묻는 것은, ㅅㅂ 욕나오는 이야기고, 세상 모르는 이야기고, ㅈ까는 이야기고, 대단히 기만적인 이야기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들이 진보한다는 것의 잣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풍요에 뭔가를 더 주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 가진 사람들에게 견딜만큼 마련해줄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는 것이다." 제가 애국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대한민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고,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가진 사람들에게 견딜만큼 마련해주기 위한 애국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님은 이명박 정부를 욕하는 게 누워서 침뱉기라고 하셨는데, 한 번 *****님이 북한의 엘리트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고 있는데, 북한정부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계속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애국일까요? 진정 북한의 애국자라면, 쓸데없는 배짱으로 북한 아이들을 굶겨죽이는 것보다 남한과 대화를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살림을 호전시키려는 관료가 애국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뭘 배우는 건, 오래되고 낡은 이야기지만, 다른 나라의 문물을 보고, 아 저렇게 사는 게, 저런 생활방식으로 사는 게 더 합리적인 거구나 라고 깨닫고 조국을 고치자는 목적도 있지 않습니까. 미국에 가보니 남녀가 평등하더라, 저런 관계가 더 편안하고 인간답더라 라는 것을 보고 배운 인도나 아랍이나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조국에 돌아가서 남녀평등한 사회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게 애국이지, 자기 나라의 치부를 감추려고 애쓰는 게 애국일까요.
애국적 귀국
저는 *****님이 지금 공부하고 있고 나중에 한국에서 일하고 국가를 위해서 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사실 섬찟했답니다. 홍정욱 생각이 나서요. 이번 쇠고기 사태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나라를 구한 건 송기호였지 하버드 졸업생 홍정욱이 아니었거든요. 한국에 들어와서 일한다고 그것이 애국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싱가폴 같은 나라는 외려 밖에 나가서 사업하라고 권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사실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일합니다. 이 사람들이 다 애국자일까요? 애국이라면, 내가 하는 일과 비교해서 등가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저가로 받아야 애국이겠지요? 이 사람들이 일하는 것과 (글로벌 스탠더드로) 비교해서 저가로 받습니까? 저가로 받는다면 이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옵니까? (물론, 저는 저임금을 감수하고 애국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네버 네버. )그게 아니고, 이 사람들은 한국에서 가장 economic rent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배운 걸로 한국에서 가장 떵떵 거리고 살 수 있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까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이런 경우 이 사람들의 한국행이 과연 애국이겠느냐 라는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뭐가 애국일까.
글쎄 저는 요즘 제이미 올리버가 새로 시작한다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제이미 올리버 같은 사람이 애국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은 영국 급식제도를 영국인들에게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세계인들에게까지 아동 급식의 문제점을 가르쳐줬지요. 요리사인데, 영국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애국이 아닐까요. 진부한 이야기지만, Think globally, act locally. 예전에 영국인이 쓴 수필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친구는 영국음식을 찬송하면서 영국인들의 식습관을 대륙(유럽)인들은 비웃지만, 이야말로 극기의 상징이다, 뭐 음식은 몸을 위한 연료일 뿐이고 그걸 잘 보여주는 게 영국음식이란 말을 합니다. 그 사람도 자기자신을 애국자라고 생각했겠지요?
예전에 모 대학에서 전단지 뿌리다 잡혀간 사람이 있는데 - 몇십년전 - 이 사람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진정한 세계시민이라든가. 술취했으니 코멘트도 잘 생각이 안나네요. 요새 전 미국에서 범퍼 스티커 보고 다니는데, 그런 글이 붙어 있더군요. 진정한 애국자는 its own government에게 항거하는 자다 뭐 이런.
그런데요, *****님, 한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 한국에 대해서 2002년 월드컵 빼고는 잘 모른다는 거 말이 안됩니다. 따끔하게 들리실 지 모르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최근의 시사에 대해서, 경제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좀 더 보세요. 그래야만 한국에 대해서 구체적인 애정이 생기고 자기가 뭘 할 수 있는가가 분명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게시판 - 메인 게시판